2016/02/13

발렌타인데이? Valentine's Day?

 그녀는 조금 특별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렌타인데이라고 하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렛을 주는 날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는 원래 Valentine's Day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상술에 변질되어 조금은 다르게 여기고 있다.
 원래 Valentine's Day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렛을 주는 날이 아니라 연인이 사랑을 주고 받는 날이라고 한다. 서로 꽃이나 선물을 건네거나 발렌타인 카드를 주고 받는 걸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다.

 그녀는 미국에 산 적이 있는지라 우리나라 상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발렌타인데이를 챙긴다고 한다. 그녀와 나는 서로 나이도 있는지라 다른 연인들처럼 100일, 200일. 이런식의 기념일들을 챙기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내게 물었다. "내가 챙기는 기념일이 1년에 딱 세 개가 있어요. 뭔지 알아요?" "생일, 크리스마스... 또 뭐가 있어요?" 이런 내 대답에 그녀는 약간은 실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중요한 날을 왜 모르냐는 것처럼.

 그 나머지 하나의 기념일이 바로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녀는 미국 문화를 많이 따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식 인사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미국은 안 그런데라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물론 나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미국에 가본 적도 없기도 하고, 내가 사는 나라인 대한민국의 문화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쪽이기도 하다. 그래서 종종 그녀의 그런 행동이나 말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한국사람인데 왜 미국 문화를 챙기는지...

 그래서 이번 발렌타인데이를 챙긴다고 내게 선물을 건넸다. 나를 위해 선물을 건넨 것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기분이 좀 애매한 면도 있었다. 상술이라지만 우리나라 문화는 이런 의미가 아닌데...
 자기 주장이 강한 그녀라 그녀에게 내 생각을 전할 때는 항상 조심스럽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에게 한 마디라도 덜 전하게 된다. 나 혼자 해결하는 경우도 있고, 문제가 커질까봐 애초에 꺼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도 역시 한 번 더 말을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곤 생각해봤다. '내 가치관을 우선하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그냥 그녀의 가치관에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좋을까?' 내가 종종 연애 고민 상담을 할 때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건 바로 다름을 인정하라는 이야기였다. 상대는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와서 성격도 다르고 행동 방식도 다르다. 생각하는 방향마저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 이야기를 해놓고 정작 내가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켜보기로 했다.

 그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이라면, 아무것도 따지지말고 그녀를 기쁘게 해주자. 그래서 난 발렌타인 카드와 꽃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 선물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상상도 못하고 있을텐데.

댓글 없음:

댓글 쓰기